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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지역탐구

“신생아 울음이 그립다”: 출산율 0명 시대의 증언

by around-the-worlds 2025. 6. 7.

“신생아 울음이 그립다”: 출산율 0명 시대의 증언

– 사람이 사라진 마을에서 남은 자들이 말하다


1. “아이가 없으니 없다” – 출산율 0명의 풍경

 

한국의 많은 시골 마을에서 ‘아이’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출산율 0명, 말 그대로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는 지역’이 현실이 된 곳들이 전국에 속출하고 있다.
전라남도 해안 지역, 경북 북부 산간, 강원도 중산간 벽지 등에서는 최근 5년간 단 한 명의 출산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 이상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없다.
마을에 존재하던 ‘다음 세대’는 이제 통째로 사라졌고,
이들은 ‘출산율 제로 지역’, 혹은 더 직접적이로 **‘세대 단절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마을의 공통점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폐교된 학교, 사라진 놀이터, 교복을 입은 아이가 보이지 않는 골목,
낡은 버스 정류장과 고요한 회관,
그리고 농협 ATM조차 철수한 마을 안길의 정적이다.
이 모든 장면은 단순한 풍경이 아닌,
한 지역이 인구 구조의 균형을 잃고 사회적 작동을 멈췄다는 물리적 증거다.

출산이 멈췄다는 건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은 생명의 탄생이자, 한 마을이 미래를 향해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증거다.
그러나 지금 이들 지역에선 그 순환 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
아이를 위한 기반이 사라지자,
아이를 꿈꾸는 세대도 사라지고,
결국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로 이행되고 있다.

 

“신생아 울음이 그립다”: 출산율 0명 시대의 증언


2. “아이 울음이 마지막이었던 날” – 마을의 기억 속 마지막 생명

 

전북 내륙의 한 산간 마을.
2008년 여름, 보건지소에서 아기가 태어났다.
마을 주민 전체가 출산을 축하했고, 회관 앞에는 작은 축하 현수막이 걸렸다.
당시 그 아기는 **“우리 마을의 희망”**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 아이는 마을이 품은 마지막 생명이 되었다.

불과 1년 뒤, 아이의 가족은 도시로 이사했고,
그 이후로 이 마을에는 단 한 명의 출산도 없었다.
기쁨이었던 울음소리는,
그해를 기점으로 기억 속 배경음이 되어버렸다.

그 아이가 떠난 집은 현재 폐가로 남아 있고,
그가 뛰놀던 골목에는 이제 노인들만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아이의 존재를 기억하는 주민은 말한다.
“그날 그 울음소리…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요.
요즘은 너무 조용해서, 일부러 라디오를 켜놔요.
소리가 없으면, 사람도 없는 것 같아서 답답해요.”

마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시간은 그날 이후로 멈춰 있다.
출산은 일어나지 않았고,
결혼식도 열리지 않았다.
새 생명의 시작이 사라지자,
마을은 조용히 ‘끝을 준비하는 장소’로 변해가고 있다.


3.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요? 여긴 못 키워요” – 젊은 세대의 이탈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낳을 수 없는 환경이니까 안 낳는 거죠.”

출산율 0 지역으로 불리는 마을 대부분은,
청년 세대가 실제로 살 수 없는 조건을 지닌 곳이다.
주거, 의료, 교육, 돌봄, 문화…
삶을 유지하는 기반이 한둘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결여돼 있다.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까지 차로 1시간 이상 걸리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야간 진료소나 응급센터는 이용 불가다.
아이를 돌볼 어린이집은 폐쇄됐고,
통합 운영 중인 초등학교는 먼 거리 때문에 통학이 어려워 기숙형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이 지역에서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도 없다.
농업은 고령화됐고, 디지털 기반의 창업이나 온라인 노동이 가능한 통신 인프라도 부족하다.
귀농 귀촌 장려금이 일시적인 유인을 제공할 수는 있어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장기 구조’가 부재한 지역은 출산이 일어날 수 없다.

한 귀촌 청년은 말했다.
“놀이터가 없고, 병원이 없고, 학교도 먼데…
아이한테 그걸 감내하라고 할 수는 없죠.”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도, 출산 기피도 아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4.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 세대 단절 속 마지막 증언자들

 

이제 이들 마을에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임 여성조차 남아 있지 않다.
마을 인구 60명 중, 70세 이상이 90%.
유일한 가임 여성이 떠난 지 10년이 넘은 마을도 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은 단지 생존자가 아니라,
이 공동체의 마지막 기록자이자, 세대의 증언자다.
그들은 말한다.

“예전엔 봄만 되면 아이들 운동회 준비하느라 시끌벅적했는데,
지금은 방송이 울려도 다 장례 안내뿐이에요.”

“경로당도 한 달에 한두 번 모이는데, 이제 다들 기운도 없어요.
사람이 아니라 기계 소리만 들리는 느낌이에요.”

그들의 말은 단지 회고담이 아니다.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붕괴하였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의 언어이자, 역사적인 증언이다.

문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다음 세대’가 없다는 점이다.
전승되지 못한 기억은 결국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신생아 울음’을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다시 들릴 수 없으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마지막 울음이 사라진 날,
마을은 태어남이 멈춘 장소가 되었고,
이제 그 태어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남겨진 사람들은 조용히 마지막 순번을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