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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지역탐구

출산율 ‘제로’ 마을이 된 이유: 젊은이는 왜 떠나는가

by around-the-worlds 2025. 6. 1.

출산율 ‘제로’ 마을이 된 이유: 젊은이는 왜 떠나는가

– 청년 유출의 실체와 그 속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


1. 청년의 이탈, 출산 단절의 첫 출발점

키워드: 청년 유출, 인구 감소, 출산율 제로

대한민국의 많은 농어촌 지역은 지금 ‘출산율 제로’라는 극단적인 인구 구조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시작은 바로 청년 인구의 이탈이다. 교육, 일자리, 문화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에서 청년들은 점점 도시로 향한다. 예컨대 경북 의성군의 한 면 단위 지역은 20대와 30대 인구 비중이 전체의 3%도 되지 않는다. 한 번 도시로 떠난 청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연애, 결혼, 출산이 단절된다. 지역 내에서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가 사라진 셈이다. 청년층의 이탈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구조적 문제로 확대된다. 출산율 제로의 마을은 사실상 ‘젊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기도 하다.

 

출산율 ‘제로’ 마을이 된 이유: 젊은이는 왜 떠나는가


2. 일자리의 부재, 돌아올 이유를 지운다

키워드: 농촌 고용시장, 일자리 격차, 귀농 실패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일자리의 부재다. 농촌 지역에는 전통적인 1차 산업 이외의 고용 기회가 거의 없다. 기계화된 농업과 고령화된 노동 구조는 젊은 세대가 뛰어들 수 있는 여지를 줄이며, 정부의 귀농・귀촌 정책 역시 대부분 '자영업 기반'으로 되어 있어 안정적인 생계 유지가 어렵다. 농업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청년들이 도시로 다시 복귀하는 사례도 많다. 한편, 디지털 노동・IT 기반 직종은 농촌의 인프라(통신망, 오피스 환경 등)로는 수용이 어렵다. 이처럼 노동시장의 단순성과 고립성이 청년 이탈의 핵심 원인이다. 그 결과, 마을은 출산율 이전에 ‘생계 유지가 불가능한 곳’으로 낙인찍히고, 젊은이들에게는 돌아올 이유조차 사라진다.


3. 주거・교육・문화: 생활 조건의 총체적 부재

키워드: 정주 여건, 교육 인프라, 문화 접근성

젊은 세대가 마을을 떠나는 이유는 단지 일자리 때문만은 아니다. 주거, 교육, 문화 등 종합적인 생활 조건의 열악함이 그들을 떠나게 만든다. 농촌 지역의 대부분은 신축 주택이 부족하고, 기존 주택은 단열이나 설비가 미비해 청년 가족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또한 초등학교는 폐교되었고, 유치원은 통합되어 먼 거리로 통학해야 한다. 학원이나 돌봄 인프라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문화적 삶을 위한 영화관, 서점, 카페 같은 공간도 전무하다. 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삶의 질’**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부재한 지역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희생’이 되어버린다. 결국 출산율 제로는 자연스러운 귀결이 된다.


4. 단순 지원이 아닌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키워드: 지방소멸 대응, 청년 정책, 지속 가능성

정부는 출산율 제로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출산 장려금, 귀촌 보조금, 창업 지원금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정주 여건과 구조적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청년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닌 일・주거・교육・문화가 통합된 ‘살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원격근무 중심의 일자리 유치, 공공형 어린이집 및 방과후 돌봄센터 확충, 청년 전용 임대주택 공급, 지역 기반 커뮤니티 공간 조성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출산율은 정책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며, 지역이 젊은 세대에게 ‘살 만한 곳’으로 인정받을 때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이곳에 살고 싶다’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