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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지역탐구

버려진 급식실, 청년 창업 카페로 바뀌다

by around-the-worlds 2025. 5. 25.

버려진 급식실, 청년 창업 카페로 바뀌다

– 폐교에서 피어난 따뜻한 커피 한 잔의 기적


1. 폐교된 학교의 마지막 공간, 급식실

키워드: 폐교, 방치 공간, 지역 소멸

강원도 정선군의 작은 분교.
2007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된 뒤,
이곳은 15년 넘게 사람들의 발길에서 멀어져 있었다.
운동장은 풀로 덮였고, 교실은 먼지 쌓인 물건 창고로 쓰였다.
그중 급식실은 가장 어두운 공간이었다.
하수구 냄새와 썩은 나무 내음, 깨진 유리와 곰팡이.
한때 아이들이 식판을 들고 줄을 섰던 그 공간은
이제 고철과 버려진 식탁만 가득한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청년의 발걸음이 그곳을 멈추게 했다.
“이런 데… 카페를 만들면 어때요?”
마을 주민들은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 청년은 진지했다.
“사람이 안 오는 게 아니라, 머물 곳이 없었던 거예요.”


2. 냉장고 자리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놓이다

키워드: 청년 귀촌, 창업 도전, 폐공간 재활용

서울에서 광고 일을 하던 이승현(31) 씨는
번아웃을 겪고 귀촌을 결심했다.
우연히 SNS에서 ‘지자체 공유재산 창업지원사업’을 보고
폐교 공간을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를 냈고,
운 좋게 선정됐다.
급식실은 그가 선택한 장소였다.
낡은 찬장은 커피 바가 되었고,
식판 배식대는 로스팅 장비가 놓인 진열대로 변신했다.
기둥마다 걸린 옛 학교사진, 창가의 빈 의자, 손수 만든 커튼.
모든 것이 투박하지만 따뜻했다.
이승현 씨는 말한다.
“인테리어보다 중요한 건 여기서 누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였어요.”
카페 이름은 ‘식판다방’.
한때 아이들이 식판 들던 곳에서, 이제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며 추억을 꺼내 놓는다.

 

버려진 급식실, 청년 창업 카페로 바뀌다


3. 커피향 따라 찾아온 사람들

키워드: 유입, 관계 회복, 마을 재생

처음엔 마을 주민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했다.
“누가 여기까지 커피 마시러 온다고…”
하지만 입소문은 SNS를 타고 퍼졌다.
지역 라이더들, 등산객들, 도시에서 내려온 감성 여행자들까지
주말이면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카페는 커피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과 수공예품도 함께 전시·판매하며
지역 경제에 조금씩 숨을 불어넣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였다.
처음엔 무관심하던 이들이, 이제는 매일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나눈다.
“말할 사람이 생겼다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이 카페는 단지 창업 공간이 아니라
마을의 공백을 메우는 연결점이 되었다.
늙은 마을에 청년 한 명이 생긴 것만으로도,
그 마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4. 폐허에서 피어난 가능성

키워드: 지역 재생, 공동체 회복, 성공 사례

지방에는 여전히 수많은 폐교와 방치된 공간이 있다.
하지만 그 공간 하나하나에는 과거의 추억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의 씨앗이 숨어 있다.
이승현 씨의 '식판다방'은 그 작은 씨앗이 자라난 첫 사례일 뿐이다.
“공간이 문제라기보다는, 그 공간을 어떻게 다시 볼 수 있느냐가 중요해요.”
지자체는 이 성공 사례를 토대로
다른 폐공간 활용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으며,
또 다른 청년 두 명도 마을에 내려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잔의 커피, 한 번의 대화, 한 사람의 귀촌.
모든 시작은 그렇게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버려진 급식실이 다시 사람을 모으는 이유는
단지 '맛있는 커피'가 아니라,
그곳에 이야기할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