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버린 교실, 마을 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나다
– 폐교 공간의 재활용이 남긴 작은 기적
1. 폐교된 후 10년, 잡초만 무성했던 운동장
키워드: 폐교, 방치, 공동체 붕괴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작은 초등학교.
그곳은 2012년 마지막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되었다.
이후 10년, 마을은 점점 조용해졌고, 학교는 잡초만 무성한 공터로 변했다.
교실 창문은 깨지고, 운동장은 비가 내릴 때마다 진흙탕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도시로 떠났고, 남은 이들은 대부분 70대 이상.
아이도, 교사도, 종도 사라진 그 공간은 흉물로 변해갔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하던 어느 날,
마을 부녀회장이었던 김순자 씨가 제안했다.
“교실을 도서관으로 바꿔보면 어때요?”
처음엔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책 읽을 사람도 없는데 무슨 도서관이야.”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책이 있어야 아이도, 사람도 돌아와요.”
2. 책장과 책상을 다시 채운 사람들
키워드: 주민 참여, 재건, 도서관 탄생
김순자 씨의 제안은 뜻밖에도 SNS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도시에서 활동하던 출신 마을 청년들이 하나 둘 도와주겠다고 나섰고,
지역 청년단체와 작가들도 재능기부를 약속했다.
낡은 책걸상은 손질되었고, 방치된 칠판은 책장으로 탈바꿈했다.
중고서적을 기부받고, 남는 폐자재로 선반을 짜 맞췄다.
한 교실 한 교실이 정리되며, 마을의 표정도 바뀌기 시작했다.
“도서관”이라는 단어가 다시 이곳을 살리는 중이었다.
개관식 당일, 마을 어르신 30여 명과 함께
외지에서 온 자원봉사자, 독서모임 참여자들이 이 작은 도서관을 채웠다.
누구는 시집을, 누구는 아이동화책을 꺼내 들었다.
도서관은 단지 책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다시 사람들이 모여 ‘말을 섞고 눈을 맞추는’ 공동체의 중심이 되었다.
3. 책을 읽으러 온 사람들, 다시 살아난 마을
키워드: 귀촌, 재생, 문화 공간
이 도서관이 지역 언론에 소개된 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를 키우며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하던 한 가족이 귀촌을 결정했고,
서울에서 원격 근무 중이던 30대 부부도 이 마을을 찾았다.
처음에는 '도서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찾아온 이들이었지만,
정착을 결심하는 사례가 늘었다.
도서관은 이제 독서 공간을 넘어
마을 영화 상영회, 글쓰기 교실, 작은 음악회의 거점이 되었다.
“마을에선 시끄러운 게 좋아요. 조용한 건 무섭거든요.”
책을 통해 되살아난 이 교실 안에는
이전보다 더 다양한 세대가, 더 풍성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비어 있던 교실이, 이제는 삶의 온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4. 사라진 것의 자리에서 피어난 희망
키워드: 공간 재생, 지역 활성화, 폐교 활용 성공 사례
전국에는 지금도 수천 개의 폐교가 방치되어 있다.
그중 일부는 창고나 민간 상업 공간으로 활용되지만,
이 마을처럼 공동체 문화의 거점으로 탈바꿈한 사례는 드물다.
중요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의지와 상상력이었다.
작은 책 한 권, 낡은 책상 하나가 쌓여
그 마을에 다시 사람을 불러들이는 씨앗이 되었다.
“도서관이 생기고 나서, 마을이 다시 대화를 시작한 것 같아요.”
김순자 씨는 여전히 도서관의 작은 사서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말한다.
“책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이 와서 이곳이 도서관이 된 거죠.”
폐허에서 시작된 재생은 작은 교실 하나로부터 가능했고,
그 가능성은 지금도 수많은 소멸 위기 마을에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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