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장님이 바리스타가 된 사연
– 모카포트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내려놓은 순간
1. 시골 마을, 이장님의 새로운 아침
키워드: 귀촌 청년, 마을 변화, 폐교 활용
강원도 평창군의 한 산골 마을.
인구는 180명 남짓, 평균 연령은 74세.
아이 울음은커녕, 가벼운 말소리조차 귀하던 마을에
2022년 가을, 뜻밖의 변화가 생겼다.
폐교된 분교의 급식실이 카페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 공간을 만든 건 귀촌한 30대 청년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카페의 정식 바리스타는 마을 이장 김봉기(68) 씨였기 때문이다.
“커피는 처음엔 입에 안 맞았는데, 묘하게 생각이 나더라고.”
고무장갑보다 라떼 거품기 잡는 일이 더 익숙해진 그의 하루는
이제 아침 일찍 원두를 가는 일로 시작된다.
2. 이장님, 에스프레소 머신을 배우다
키워드: 세대 소통, 재능 전수, 지역 자립
김봉기 이장은 원래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20년째 마을 이장으로 일해왔다.
매년 줄어드는 인구, 텅 빈 회관, 무기력한 회의.
그도 점점 마을 일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청년 창업 카페 ‘식판다방’이 마을에 들어섰다.
청년 대표는 그에게 말했다.
“이장님이 계셔야 사람들이 마음 놓고 올 수 있어요.”
처음엔 설거지만 하던 그는, 어느 날 말 없이 머신 앞에 섰다.
“라떼는 우유 넣는 거 맞제? 이거는 얼마나 타야 진한가?”
매뉴얼 없이 몸으로 익힌 기술은, 커피 한 잔에 진심을 담는 법이었다.
이젠 그가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는
일주일에 한 번 오는 단골 노부부의 유일한 외출 이유다.
3. 커피를 사이에 두고 피어난 대화
키워드: 마을 공동체, 인간관계, 변화를 만드는 소통
카페 오픈 이후, 마을엔 조용한 변화가 찾아왔다.
그전까지 주민들은 회관에서 국 끓이고 막걸리 마시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커피를 핑계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막걸리 대신 아아 마시러 가자.”
어르신들 사이에선 이런 농담도 오간다.
김 이장은 단지 커피를 타는 사람이 아니다.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외지 손님들과 마을을 연결하고,
가끔은 삶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가이기도 하다.
“요즘은 말이야, 커피가 핑계야. 사람이 그리운 거지.”
하루 두세 잔의 라떼를 마시며 마을 사람들은
다시 웃음을 되찾아간다.
커피는 삶의 맛이 아니라, 관계의 온도를 되돌려준 셈이다.
4. 바리스타라는 새로운 이장의 얼굴
키워드: 지방의 미래, 지속 가능성, 희망의 사례
김봉기 이장은 여전히 자신을 ‘이장’이라 부른다.
하지만 마을 아이들(이젠 귀촌 청년들의 아이들)은
그를 ‘바리이장’이라고 부른다.
그가 만든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소통과 변화의 도구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카페에서 회의를 하고,
작은 벼룩시장도 연다.
외지 청년들도 “저 마을엔 사람 냄새가 난다”며 찾아온다.
지자체는 이 사례를 바탕으로
“폐교 공간 창업 매칭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김 이장은 최근 ‘지역 사회활동가’로 위촉되기도 했다.
“나이 들어 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할 게 많네요.”
커피보다 깊은 그의 눈빛은
이 마을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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