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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 민속 축제

전북 부안 마실 축제

by around-the-worlds 2025. 7. 23.

전북 부안 마실 축제


공동체 이동의 전통과 현대적 재해석


1. 전북 부안과 마실의 의미, 축제의 탄생 배경

전라북도 부안군은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격포해수욕장 등 자연 자원을 기반으로 한 관광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부터 농업 공동체의 전통이 강하게 이어져 온 곳으로, 이웃 간의 관계와 공동체 활동이 일상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부안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이웃 마을이나 친인척이 사는 마을로 걸어가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마실 간다고 표현해 왔다. 이 마실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공동체 안에서 정을 나누고 삶을 공유하는 중요한 생활문화 중 하나였다.

부안군은 이러한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2012년부터 부안 마실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축제의 명칭은 지역의 일상적 행위였던 마실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지역 정체성을 중심에 둔 축제를 기획하려는 의도를 반영했다. 마실 축제는 매년 5월 초 부안읍을 중심으로 열리며, 마을과 도시,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주최는 부안군이며, 주관은 부안문화원이 맡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라북도가 일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 축제는 처음 시작될 때부터 걷기와 퍼레이드, 지역 먹거리 체험, 농촌문화 재현 등 공동체적 활동을 중심으로 기획되어 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은 확대되었으며, 2024년 기준으로는 연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참여하는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부안군은 마실 축제를 통해 관광 자원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전통적 유산을 문화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 축제의 주요 구성과 공동체 재현 방식

마실 축제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마실 퍼레이드이다. 이 행사는 부안읍 중심 시가지에서 시작해 약 2km 구간을 행진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퍼레이드에는 지역 학교, 농촌 마을, 다문화가정, 장애인 단체 등 다양한 지역 주민 단체가 참여하며, 각 단체는 자신들의 삶이나 문화를 반영한 복장과 무대를 꾸며 걷는다. 이 행진은 단순한 쇼나 전시가 아니라, 실제 부안이라는 지역이 품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집단과 생활양식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재현되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퍼레이드 외에도 마실길 걷기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부안읍에서 시작해 인근 자연 생태공간이나 문화 유산지까지 이어지는 도보 코스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마을 주민들이 예로부터 걸어 다녔던 생활 동선을 따라가며, 중간 지점에서는 마을 해설사들의 안내를 통해 농경문화와 전통 민속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역사적 공간을 단순히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감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을 중심 공간에서는 공동체 밥상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지역 부녀회와 청년 농부 단체들이 운영하는 이 공간에서는 직접 기른 식재료를 활용한 시식 코너와 부안 식 가정식을 나눠 먹는 활동이 함께 이루어진다. 축제 기간 중 이 공간은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사전 예약제와 현장 접수를 병행해 운영된다. 2024년에는 부안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청소년 농산물 요리 시연회도 함께 열렸다.

또한 전통 놀이와 민속공연이 연계된 마실 마당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구역이다. 이 공간에서는 줄다리기, 투호 놀이, 장작 쌓기, 탈 만들기, 전래 동요 배우기 등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중심 콘텐츠가 운영된다. 공연 무대에서는 전북 지역 농악단과 사물놀이패가 공연을 진행하고, 일부 프로그램은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아 운영되며,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은 안전관리 인력과 응급 구조원이 상주한다.

전북 부안 마실 축제



3. 마실이라는 전통 개념의 현대적 재해석

부안 마실 축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니라, 마실이라는 공동체적 생활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전통적 마실은 걷고, 만나고, 나누는 행위였다. 축제에서는 이 개념을 시민 퍼레이드, 마실길 걷기, 공동 식사, 마을 체험이라는 형식으로 변형해 구현하고 있다. 단절된 생활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행위, 즉 공동체적 연결을 회복하는 도구로서 마실 개념을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마실 퍼레이드에 참여한 각 마을은 자신들만의 서사를 가진다. 농업 공동체는 모내기와 수확을 재현하고, 다문화 가정은 각국의 전통 의상을 통해 다양성을 드러내며, 노년층은 옛 부안의 모습을 사진과 복장을 통해 재현한다. 이 퍼레이드는 화려한 시각적 장면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마실이 단순한 이동이 아닌 서사의 공유라는 구조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현대 도시의 축제에서는 소비 중심의 구조가 주를 이루지만, 부안 마실 축제는 그 구조를 전환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은 관람보다 체험에 중점을 두며, 참여자와 운영자의 구분을 최소화하고 있다. 시민은 관객이자 주최자이며, 도시 공간은 무대이자 생활공간으로 재해석된다. 이 같은 방식은 축제를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가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공동 창작 활동으로 전환시킨다.

또한 부안군은 마실 축제를 통해 도시 외곽의 소멸 위기 마을과도 연계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인구가 감소한 마을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며, 참여자는 셔틀버스를 통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 경우 주민은 공연자가 되며, 참가자는 관람자가 아닌 마을 체험자가 된다. 축제 조직위는 이 방식이 향후 지역 재생 사업과도 연계될 수 있는 실험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4. 지역문화 콘텐츠로서의 가능성과 향후 과제

마실 축제는 부안군이 지역 문화자원을 축제로 승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기존의 문화재 중심 보존 방식이 아닌, 생활 문화 중심의 실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마실이라는 전통적 이동 개념을 현대 도시의 축제 문법으로 재해석한 방식은 지역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유희가 아닌 공동체 회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와 공동체 만족도가 모두 높게 나타난다.

부안군은 2024년 축제 이후 진행된 평가 간담회에서 마실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첫째는 사계절형 마실 콘텐츠의 개발이다. 현재 축제는 5월에 집중되어 있으나, 가을걷이와 겨울 공동체 문화도 체험 콘텐츠로 발전시켜 분산형 축제를 기획할 예정이다. 둘째는 마실길의 체계적 관리이다. 축제에서 활용되는 마실길 도보 코스를 연중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선 정비와 안내 시스템 구축이 검토 중이다. 셋째는 청년 참여 확대다. 청년 기획자와 예술가를 축제 운영에 직접 참여시키는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 대학과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2025년 마실 축제는 기존 부안읍 중심에서 벗어나 일부 프로그램을 위도, 하서면 등 외곽 마을로 확대해 개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현재 운영 매뉴얼과 공간 안전기준을 새롭게 작성 중이다. 향후 마실 축제가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전국적인 농촌 공동체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는 향후 운영 방식과 콘텐츠의 질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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