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고구마묘축제
뿌리 내림의 공동체 문화를 전하는 지역형 농업축제
1. 해남 고구마 산업과 묘 시장의 성장 배경
전라남도 해남군은 대표적인 농업 중심 지역으로, 사계절 작물 생산이 가능한 기후와 평야 지형을 갖추고 있다. 특히 고구마 재배는 지역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산업으로 자리 잡아 왔으며, 해남은 전국 최대 규모의 고구마묘 공급지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묘란 고구마를 재배하기 위해 뿌리에서 자라난 어린 순을 일정 길이로 잘라낸 식재용 종묘를 의미한다. 이 묘는 다른 지역으로 이식돼 고구마 생산의 출발점이 된다.
해남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고구마묘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이를 중심으로 한 농업 교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2015년부터 고구마묘축제를 시작했다. 이 축제는 단순한 판매 행사가 아닌, 고구마와 관련된 생태 지식, 묘 키우기 기술, 농민 간의 기술 교류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주최는 해남군이며, 주관은 해남 고구마연합회와 지역 농업인 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축제는 매년 4월 중순경 해남읍 일대 또는 삼산면 묘장 밀집 지역에서 열리며, 전국 각지의 고구마 재배 농가와 구매자들이 직접 참여한다.
2024년 기준, 해남군은 연간 약 3억 5천만 주의 고구마묘를 출하하고 있으며, 전체 물량의 60퍼센트 이상이 이 축제 기간을 포함한 봄철 집중 출하시기에 거래된다. 해남 고구마묘는 전남, 충남, 경기, 경북 지역의 고구마 농가에서 선호도가 높은 품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묘의 건강성과 병해충 저항성, 이식 성공률이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2. 축제 프로그램 구성과 기술 중심 콘텐츠
고구마묘축제의 핵심은 실질적인 묘 유통과 관련 농업기술의 공개이다. 축제장에서는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와 지역 종묘 농가가 공동 운영하는 품종 전시장이 설치되며, 주요 품종별 생육 특성과 재배 적지, 병충해 대응법이 문서와 실물로 함께 안내된다. 대표 품종으로는 해남황금, 단자미, 호박고구마형 유현 등이 있으며, 각 품종은 해남 고구마시험포장에서 선발된 지역 적응형 계통이다. 참가자는 품종별 특성을 비교한 뒤, 현장에서 계약 구매하거나 연락처를 등록하고 배송 주문을 할 수 있다.
묘 재배 체험존도 운영되며, 이 구역에서는 어린이와 초보 농업인 대상의 모종 심기 체험이 이루어진다. 체험자는 고구마 모종을 물받이 판에 심고, 이식 후 뿌리내리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키트도 함께 제공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해남의 고등학교 농생명과학과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설명과 진행을 맡는다. 해당 체험은 무료이며, 현장 등록제로 운영된다.
농업 기술 강연 프로그램도 운영되며, 농진청(농촌진흥청) 소속 연구원과 지역 농업지도사, 10년 이상 경력의 농민이 발표자로 나선다. 강연 주제는 주로 고구마 묘 관리, 해남 기후에 적합한 농법, 고온기 활착률 증가 방법 등 실용 중심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강연은 축제 이틀 동안 하루 3회씩 진행되며, 질의응답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먹거리 부스에서는 고구마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며, 군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고구마호떡, 고구마떡, 고구마튀김 등이 판매된다. 가격은 현장 운영 기준으로 정찰제로 판매되며, 일부 수익금은 지역 농업 장학금으로 기부된다. 해남고구마연합회는 이 축제를 통해 단기 판매 이익뿐 아니라 고구마 재배의 교육적, 기술적 가치도 동시에 알릴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3. 묘장과 마을의 삶, 공동체 문화로 확장되는 축제
고구마묘축제는 단순히 작물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뿌리 내림이라는 개념을 통해 공동체 문화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해남 지역에서 묘장을 운영하는 농민은 대부분 세대가 함께 생활하며 고구마 재배와 묘 생산을 주요 생업으로 삼고 있다. 3월부터 5월까지는 고구마묘 출하 성수기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작업이 이어진다. 이 기간은 마을 전체가 고구마 작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기로, 축제 또한 이 흐름을 반영한다.
실제 축제장에서는 마을 주민 전체가 협업하여 행사 공간을 조성하며, 자원봉사자와 판매자, 안내요원, 환경미화 인력 등이 대부분 지역 내에서 충원된다. 고령 농민을 위한 손세차형 수확 도구, 자동 물 분사 장비 등을 청년 농업인들이 시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며, 세대 간 농업 지식의 전달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특히 2024년에는 마을학교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묘장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고구마 묘장이 단순한 농업 생산지가 아닌 생명 탄생과 자립의 현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지역 아이들이 농업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를 체감하는 기회로 활용됐다. 부모 세대는 축제를 통해 외부 손님을 맞고, 자녀 세대는 축제 현장에서 지역의 가치를 설명하는 장면은 해남의 공동체적 문화가 일상과 축제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흐름은 고구마묘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농업을 중심으로 한 마을의 정체성과 협력 구조를 외부에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작용하게 한다. 해남군은 이 축제를 단순히 수익형 행사가 아닌, 농업 기반의 지역문화제이자 생활 중심 교육축제로 정체화하고 있다.
4. 해남 농업 브랜드와 축제의 지속 가능성
해남 고구마묘축제는 해남 고구마 산업 전체의 가치 사슬을 설명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해남군은 축제를 통해 지역 고구마묘의 품질과 공급 체계를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묘 주문량과 브랜드 인지도를 동시에 확대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한 해남이라는 지명이 특정 작물과 연결되는 것은 향후 농산물 지리적 표시제 등록과도 연계될 수 있다.
2024년 기준 축제 참가 농가 수는 200개 이상이며, 묘 구매 계약 건수는 3만 건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군은 이를 바탕으로 축제 운영 방식을 고도화할 계획이며, 2025년부터는 묘장 온라인 생중계, 묘 품질 검사 영상 공개, 스마트폰 주문 시스템 등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장 방문이 어려운 구매자도 축제 참여와 주문이 가능해지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축제가 성장하면서 일부 품종 과열 경쟁, 가격 변동성 문제, 공급 물량 집중에 따른 품질 불균형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남군은 축제 기간 묘 거래에 대한 중간조정 역할을 강화하고 있으며, 농협 및 품질관리단과 협력해 표준화된 검수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이 과정은 고구마묘라는 특수 작물의 신뢰성과 해남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해남 고구마묘축제는 작물 중심의 기술축제이자 공동체 문화의 축제, 그리고 농업 브랜드의 대외 홍보 플랫폼으로 작용하는 복합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향후 농업 기반 지역이 어떻게 문화자산과 경제자산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 모델이 되고 있으며, 2026년부터는 전남도 대표 농업문화축제로의 지정도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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