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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 민속 축제

충북 보은 속리산 신단수 문화제

by around-the-worlds 2025. 7. 24.

충북 보은 속리산 신단수 문화제

 


산과 신앙의 경계에서 이어지는 전통문화의 계승

 

1. 속리산과 신단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상징

 

충청북도 보은군은 속리산 국립공원을 품고 있는 산악 지역으로, 불교와 유교, 무속 신앙이 동시에 뿌리내려 있는 특수한 문화 지형을 지닌 지역이다. 특히 속리산 법주사 일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산사 중 하나로, 오랜 세월에 걸쳐 종교적 성지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속리산 입구에 위치한 정이품송과 신단수는 한국 전통에서 신성한 나무로 여겨지며, 오랜 민속 신앙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신단수는 원래 단군신화와 관련된 전설적 나무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인간과 신의 경계를 매개하는 매체로 인식된다. 보은군에서는 속리산 입구 일대에 서 있는 오래된 소나무를 신단수로 명명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지역 민속제를 2003년부터 개최하기 위해 시작했다. 축제의 이름은 신단수 문화제이며, 속리산면 주민자치 위원회와 보은군청이 공동으로 주관한다. 축제는 매년 음력 삼월 삼짇날을 기준으로 전후 일주일 내에 개최되며, 산신제와 마을 퍼포먼스, 공동 음식 나눔 등으로 구성된다.

신단수 문화제는 특정 종교 행사로 분류되지 않으며, 민속 신앙과 지역 공동체 문화의 일부로 기획된 문화행사로 등록되어 있다. 보은군은 이 행사를 통해 지역의 역사적 자산인 속리산과 주민의 전통문화를 결합한 축제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문화재청과 충청북도의 일부 예산 지원도 받고 있다.

충북 보은 속리산 신단수 문화제



 

2. 제의와 축제, 산신 숭배의 민속적 계승


신단수 문화제의 중심은 산신제 의식이다. 산신제는 속리산의 수호신에게 마을의 평안과 농사의 풍요, 주민의 건강을 기원하는 제의로서, 보은 지역에서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어진 제의 전통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의 산신제는 지역 어르신들로 구성된 제관 단이 준비하며, 삼색 실타래와 천연 식재료로 차려진 제물상, 고유문 낭독, 합장례와 절차를 포함한다. 제의는 오전 시간에 시작되며, 불필요한 종교적 상징 없이 순수한 민속 의례 형식으로 진행된다.

제의가 끝난 후에는 산 아래로 내려와 마을 단위로 공동 행사가 이어진다. 속리산면 각 마을에서는 고유 전통 공연이나 세시풍속을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주민들이 무대 위에서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대나무 채찍 놀이, 나무 꼬기 행진, 짚신 던지기, 산길 걷기 대회 등이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속리산의 산악 지형과 결합해 트레킹과 전통 놀이를 연계한 형태로 진행된다.

2024년에는 속리산 초등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된 산신제 모의 퍼포먼스도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 행사는 지역 청소년이 마을 전통 제례 문화를 경험하고 계승하도록 기획된 교육형 콘텐츠로, 문화재 해설사와 지역 교사가 공동으로 지도했다. 신단수 문화제는 제의와 놀이, 퍼포먼스를 결합한 복합 민속 콘텐츠로 구성되며, 지역 주민과 외부 관람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된다.

지역에서는 이 문화제를 통해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정기적 계기를 마련하고 있으며, 산신제라는 민속 신앙이 공동체적 자산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는 특정 종교나 신앙을 넘어서 마을 문화와 인간의 자연 의존성을 통합하는 전통 행위로 이해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 민속학계에서도 사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3. 마을 공동체와 속리산 생활문화의 연결


속리산 신단수 문화제는 보은군 속리산면의 마을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축제로, 운영 구조 자체가 공동체 단위로 짜여 있다. 축제 준비는 통상 2개월 전부터 시작되며, 마을 회관을 중심으로 행사 준비 회의, 제관 선출, 제물 준비, 무대 설치 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각 마을은 담당 역할을 분담하며, 음식 준비, 무대 진행, 손님맞이, 쓰레기 정리 등 다양한 작업에 참여한다.

축제는 속리산면 초입 도로를 일정 시간 차량 통제한 상태로 운영되며, 산길을 따라 도보로 이동하는 퍼레이드도 구성된다. 이 구간에서는 주민들이 마을 전통 의상을 착용하고 나무막대, 천 깃발 등을 들고 이동하며, 일부 구간에서는 지역 농악단이 길놀이 형식으로 공연을 펼친다. 퍼레이드는 특정한 주제를 담기보다 각 마을의 고유한 문화 상징이나 생활 도구를 반영한 소품과 복장을 활용해 구성된다.

속리산 입구 광장에서는 마을 단위로 참여하는 음식 나눔 행사가 진행된다. 이 행사는 제의에 사용되지 않은 음식 일부와 별도로 준비한 산채비빔밥, 나물전, 국수, 묵사발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2024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3000인분 이상이 나갔다. 해당 음식은 지역 여성회와 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준비하며, 재료의 일부는 주민 자가 생산물로 구성된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주민의 손맛과 생활을 공유하는 수단이자, 외지 손님에게 지역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기회로 기능한다.

특히 최근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젊은 세대에게 신단수와 산신제의 의미를 설명하는 세대 간 대화 프로그램도 도입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축제 당일 별도로 설치된 작은 무대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운영되며, 고령자의 경험과 산에 대한 인식을 청년 세대와 연결하게 하는 구술 전승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마을의 기억이 단절되지 않고, 살아 있는 문화로 유지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으로 평가된다.

 

4. 지속 가능한 문화제로서의 확장과 가능성


보은 속리산 신단수 문화제는 관광 중심 대형 축제와는 달리, 민속 문화의 생활 기반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이 축제는 매출이나 관람객 수보다 지역 내부의 문화적 정체성과 공동체 구조를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 없이도 지역 주민 스스로 축제를 운영할 수 있는 자립 기반을 마련하게 한다. 축제 운영을 전담하는 기획 조직이 상설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일정한 형식과 내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속리산면이라는 공간이 축제의 토대이자 원천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부터는 보은군청 문화관광과를 중심으로 신단수 문화제를 향토 문화축제 등록 대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예산 안정성과 홍보 범위를 확대하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을 기록 보존 사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신단수와 관련된 제의 문서, 행사 사진, 주민 구술 기록 등을 디지털화하여 향후 보은문화원 아카이브로 통합하는 작업이 검토되고 있으며, 지역 중학교와 연계한 기록 교육도 시범 운영되고 있다.

보은군은 향후 축제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 청년 기획자의 참여 확대, 속리산 생태 콘텐츠와의 연계, 타지역 전통 신앙제와의 교류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단수 문화제가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 고유의 민속적 사유 구조를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신단수 문화제를 중심으로 마을 브랜드 상품을 개발하고, 속리산 특산품과의 연계 판매도 시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축제는 산과 인간 사이의 경계, 신앙과 일상 사이의 공존,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신단수 문화제는 종교적 신념을 넘어서, 지역이 자연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다음 세대에 그 가치를 이어주는 민속적 실천의 장으로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