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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 민속 축제

경북 의성 마늘 축제

by around-the-worlds 2025. 7. 25.

경북 의성 마늘 축제


향의 역사와 음식 문화의 전환을 보여주는 지역형 특산물 축제

 

1. 의성과 마늘, 지역 정체성의 기원

경상북도 의성군은 전국에서 마늘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의성 마늘은 해발 고도가 높은 분지 지역에서 재배되며,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토양이 배수가 잘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마늘의 당도와 조직감, 향의 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며, 특히 조직이 치밀하고 매운맛이 강한 의성 마늘은 저장성과 가공 적합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의성군은 이 지역적 특성과 농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1997년부터 의성 마늘 축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초기 축제는 마늘 출하 시기인 6월 중순에 맞추어 마늘 판촉 행사 위주로 구성되었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관광객 참여 프로그램과 음식 문화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축제의 성격이 확장되었다. 현재는 의성군이 주최하고, 의성문화원과 지역 농업인 단체, 여성회, 청년회가 협력해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축제 장소는 보통 의성읍 조문국사적지 일대나 의성종합운동장 주변에서 개최되며, 연평균 관람객 수는 약 7만 명에서 10만 명 규모다.

2024년 기준, 의성 마늘의 재배 면적은 약 2300헥타르에 달하며, 연간 생산량은 약 2만 4000톤 수준이다. 이 수치는 전국 마늘 생산량의 약 14퍼센트를 차지하며, 의성은 단일 군 단위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늘 산지다. 의성군은 마늘을 지역 농업의 핵심 작물로 지정하고 있으며, 고품질 마늘 유통을 위한 저장 시설과 선별 시스템, 브랜드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 속에서 의성 마늘 축제는 단순한 지역행사를 넘어 마늘 산업과 연계된 대표 콘텐츠로 기능하고 있다.

경북 의성 마늘 축제

 

2. 축제 프로그램과 향을 중심으로 한 체험 구조

의성 마늘 축제는 마늘이라는 단일 품목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구성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은 의성 마늘 직거래 장터로, 이곳에서는 지역 마늘 생산 농가가 직접 소비자와 만난다. 장터에서는 생마늘, 깐 마늘, 절임 마늘, 흑마늘, 마늘장아찌 등 다양한 형태의 가공품이 판매되며, 모든 판매 제품은 군에서 지정한 품질인증 마크를 부착하도록 관리된다.

또한 축제에서는 마늘 요리 경연대회가 열린다. 지역 음식점과 조리학과 학생, 일반 시민이 참가하는 이 프로그램은 마늘을 주재료로 사용한 창의적인 요리 개발을 통해 향을 음식 문화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늘 스테이크, 마늘 피자, 흑마늘 젤리, 마늘 가래떡 등 다양한 조리법이 소개되며, 시식 행사도 함께 운영된다. 2024년 경연대회에는 전국 30개 팀이 참가해 요리 시연과 평가를 통해 우수 레시피를 선정했다. 이 레시피는 향후 의성지역 특산음식점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향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마늘 향 테마 전시관도 설치되며, 여기서는 마늘의 생육 과정, 향 성분의 변화, 품종별 특성 등을 사진과 영상, 실물 표본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전시관 내부에는 마늘의 효능과 식재료로써의 가치에 대한 과학적 설명도 포함되어 있으며, 어린이 대상의 마늘 탐험 키트도 별도로 제공된다. 이 공간은 가족 단위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교육적 목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콘텐츠로 운영되고 있다.

체험형 프로그램 중에는 마늘 수확 체험과 마늘 음식 만들기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확 체험은 실제 마늘밭에서 진행되며, 관람객이 장갑과 호미를 착용하고 직접 마늘을 캐 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음식 체험은 흑마늘 초콜릿 만들기, 마늘잼 만들기 등으로 구성되며, 체험 후에는 제작한 제품을 포장해 가져갈 수 있다. 모든 체험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안전교육과 위생 교육을 이수한 뒤 참여할 수 있다.

 

3. 지역 농민과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축제 운영 구조

의성 마늘 축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농민 중심 운영이라는 점이다. 축제 준비 단계부터 운영, 정산까지 대부분의 실무는 지역 농민 단체와 농협, 여성단체, 청년단체가 주도한다. 의성군은 축제 운영을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읍면 대표가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하여 실제 마늘 생산자들의 목소리가 기획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의성군청 농정과는 축제 개최 전 2개월 동안 품질관리단을 구성하고, 참가 농가에 대한 생산 이력과 위생 기준을 점검한다. 판매 부스는 추첨을 통해 배정되며, 판매가는 군과 농민 대표 간의 사전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 과정은 불공정 경쟁을 막고, 축제 기간의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한다. 2024년에는 250여 개의 농가가 판매에 참여했으며, 축제 기간 동안 약 12억 원 규모의 직접 거래가 이루어졌다.

또한 축제장에는 의성 마늘 홍보관이 별도로 설치되며, 이 공간에서는 마늘 재배법, 저장법, 병해충 예방 자료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자료는 농촌진흥청과 경북농업기술원이 공동 제작했으며, 축제 방문 농가에는 해당 자료가 유용한 정보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홍보관에서는 올해 수확된 마늘의 품질 검사 현황과 유통 경로, 수출 현황 등도 공개된다. 2024년 기준 의성 마늘은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소량 수출되고 있으며, 축제를 통해 수출 상담회도 함께 운영되었다.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강화되고 있다. 지역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마늘 포스터 그리기, 마늘 캐릭터 만들기 대회 등을 통해 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노인회와 여성회는 마늘 장터와 음식 부스를 직접 운영하면서 실질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축제를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중심으로 한 생활형 문화콘텐츠로 자리를 잡게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4. 지역 특산물 축제의 브랜드 전략과 미래 방향

의성 마늘 축제는 마늘이라는 단일 작물에 대한 고도화된 지역 브랜딩 전략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의성군은 이 축제를 통해 의성 마늘의 명성과 유통 구조를 안정화하고 있으며, 마늘을 문화 콘텐츠로 전환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확립하고 있다. 특히 축제를 통해 구성된 레시피와 제품 개발 성과는 지역 가공업체와의 연결을 통해 실질적인 상품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전국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의성 마늘 BI(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로고가 통일된 홍보물로 일괄 제작되어 방문객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마늘 캐릭터인 '의성 알싸마늘'은 지역 초등학교와 연계된 캐릭터 교육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군은 향후 이 캐릭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콘텐츠 개발과 관광 상품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성군은 2025년부터 마늘 축제를 기반으로 한 도농 교류형 체류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 소비자 가족 단위 방문객을 대상으로 마늘 수확, 음식 만들기, 농가 숙박, 마늘 포장 작업 체험 등을 연계한 2박 3일 일정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단기 관광객을 체류형 소비자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체험관광 공모사업과 연계해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이다.

의성 마늘 축제는 단일 품목 특산물 축제가 어떻게 향을 기반으로 한 음식문화로 확장될 수 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실질적 참여자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이 축제가 단순한 농산물 판촉 행사를 넘어서, 한국 향토 음식문화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주목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