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방소멸 지역탐구34

출산 없는 마을의 유일한 택배 기사 이야기 출산 없는 마을의 유일한 택배 기사 이야기– 고요한 골짜기를 오가는 그 남자의 하루1. “그 마을은 이제 내가 이름을 다 외워요.” 전북의 한 외딴 마을. 1주일에 한 번, 월요일 아침이면 택배차가 마을 입구에 들어선다. 도로는 포장이 벗겨져 군데군데 흙먼지가 날리고, 마을 어귀에는 “인구 43명”이라는 팻말이 낡은 철제 기둥에 걸려 있다. 이 마을의 유일한 택배 기사는 올해로 17년째 이 지역을 돌고 있는 박종길(가명) 씨다. 대형 택배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이 마을 한 곳만큼은 ‘개인 구역’처럼 다룬다. 그는 말한다. “여긴 이제 배송지가 아니라, 얼굴을 보러 오는 곳이죠.” 이 마을엔 어린아이가 없다. 출산율은 0명, 최근 9년간 출생신고가 없었다. 초등학교는 폐교된 지 8년이 지났고, 아이 울음은.. 2025. 5. 23.
출산율 0명, 그 후… 마을 버스도 사라졌다 출산율 0명, 그 후… 마을 버스도 사라졌다– 인구 소멸이 만든 교통 공백의 현실1. 아이가 사라진 마을, 정적만이 남다언제부터인가 마을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예전엔 누군가 출산을 하면 동네가 들썩였고, 이장님은 마을회관 마이크로 아기의 탄생을 알렸다. “오늘 ○○이 네 집에 딸이 태어났습니다. 다들 축하해 주세요.” 아이의 울음은 마을 전체의 활력이었고, 이웃들은 돌아가며 미역국을 끓이고 아기 이불을 손수 지어 주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출산율 0명이라는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 마을의 지난 10년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상징이 되었다. 2013년을 마지막으로 단 한 명의 아이도 태어나지 않았고, 이후 출생신고는 멈췄다. 이웃 마을 초등학교는 입학생이 없어 5년 .. 2025. 5. 22.
인구절벽 마을, 빈집과 폐가가 쌓여간다 인구절벽 마을, 빈집과 폐가가 쌓여간다– 사람이 떠난 땅에 남겨진 구조물들의 현실1. 마을에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무엇이 무너지기 시작하는가하루하루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마을은 비어간다. 처음에는 골목이 조금 조용해졌다 싶다가, 어느 날부턴가 늘 마당에 있던 빨래 건조대가 사라진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도 꽤 오래고, 택배 기사는 점점 이곳을 뒷순위로 미룬다. 마을 어귀의 편의점은 폐업했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먼지 낀 임대문의 현수막뿐이다. 마을에서 사람이 떠나는 과정은 단호한 결단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한 가정, 한 세대, 한 자리가 비워질 뿐이지만, 그렇게 조금씩 사라진 자리는 결국 한 마을 전체의 기능을 무너뜨린다. 바로 그 자리에 남는 건 ‘빈집’이다. 처음엔 이사 나간 .. 2025. 5. 22.
출산율 0명,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마을들 1.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마을강원도의 한 작은 산촌에는 예전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는 풍경이 익숙했다. 겨울이면 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눈밭을 누볐고, 봄이면 마을회관 앞 공터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하지만 지금 그곳에는 고요함만이 흐른다. 학교는 이미 폐교됐고, 놀이터는 녹슬어 있다. 2023년 기준 70세 미만의 주민이 단 한 명도 없다. 아이 울음소리는 15년째 들리지 않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출생신고도 없었다. 이러한 마을은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통계청과 각 지자체 발표에 따르면 전국 3천여 개 읍·면 단위 중 일부 지역은 5년 연속 출생아 수 0명을 기록 중이다. 일부 지역은 아예 10년 이상 출산이 없는 상태이며, 일부 군 단위는 지역 내 산부인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2025.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