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5 의사가 떠난 뒤, 주민이 만든 ‘비공식 진료소’ 의사가 떠난 뒤, 주민이 만든 ‘비공식 진료소’– 의료 사각지대 속에서 자생하는 돌봄 공동체의 현실1. 유일한 보건지소 폐쇄, 마을은 의료 고아가 되다경북 북부, 행정구역상으론 소도시에 속하지만 도시보다 훨씬 먼 삶의 속도를 가진 산간 마을 B리.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를 따라 40여 분, 다시 농로처럼 굽이진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이 마을은 현재 9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고령화 마을이다. 전체 주민의 평균 연령은 74세, 80대 이상 고령자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긴다. 그런 이 마을에 과거엔 단 하나의 의료시설이 있었다. 보건복지부 소속 간호사가 주 3일씩 순회하던 작은 보건지소였다. 진료한다기보다는 상처 소독, 혈압 측정, 당 체크와 같은 기초 건강 관리를 도와주는 곳이었지만 .. 2025. 5. 24. 마을회관이 병원, 유일한 응급 담당은 78세 할머니 마을회관이 병원, 유일한 응급 담당은 78세 할머니– 의료 공백 시대, 지방 마을의 기이한 응급 체계1. 의료시설 없는 마을, 회관이 응급실이 되다강원도 남부 깊숙한 산골, 지형은 가파르고 이동 시간은 길다. 이런 조건 탓에 A 마을은 외부에서 거의 접근하지 않는 '고립된 생활지대'가 되었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은 약 90명. 그중 80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청년층은 이미 20여 년 전 떠났고, 초등학교는 2008년에 폐교됐다. 현재 마을에는 의료시설은커녕 약국도 없으며, 주민 누구도 면허 있는 의료인을 알지 못한다. 응급차가 오려면 읍내에서 40분 이상이 걸리고, 산간 지역 특성상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면 도착 시간은 한 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이.. 2025. 5. 24. ‘젊은이 환영’ 현수막 걸린 출산율 0마을 방문기 ‘젊은이 환영’ 현수막 걸린 출산율 0마을 방문기– 간절한 기대와 조용한 현실 사이에서1. 출산율 0마을, 입구에 걸린 낯선 현수막전라북도의 한 산골 마을. 오래된 국도를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가파른 커브를 지나 작은 들판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마을의 존재를 처음 알린 건 입구에 걸린 한 줄의 문장이었다. “젊은이 환영합니다! 귀촌·귀농 대환영!” 현수막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지만, 글씨는 희미하게 바래 있었다. 이미 여러 계절을 견딘 듯 비닐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고, 철사로 묶인 줄은 녹이 슬어 있었다. 그 앞에서 차를 세우고 마을 안을 둘러보았지만, 젊은이의 기척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마을 인구는 120명. 이장에 따르면, 이 중 70대 이상 인구가 80%에 이른다고 .. 2025. 5. 24. 20대의 완전 이탈, 출산율 0마을의 결정적 전환점 20대의 완전 이탈, 출산율 0마을의 결정적 전환점– 젊은 세대가 떠난 뒤 마을에 남은 것들1.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마을, 그 침묵의 시작 전국 곳곳에서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출산율 0%라는 말은 이제 통계적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되어 눈앞에 다가왔다. 전북, 경북, 강원 등 농산어촌 지역 일부 마을에서는 5년, 10년째 출생신고가 전무한 ‘출산율 0마를’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교육청과 지자체는 해당 지역을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권’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0세 인구의 완전 이탈, 즉 마을 내에 아기 한 명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출산이 줄었다는 것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다음 세대를 잉태할.. 2025. 5. 23. 고령 마을의 유일한 생일잔치: 90세 노인의 날 초고령 마을의 유일한 생일잔치: 90세 노인의 날– 고요한 산촌을 밝힌 단 하루의 웃음소리1. “올해 생일은 하나뿐이래요” 해마다 봄이 오면 이 마을엔 생일 잔치가 많았다. 마당에 천막을 치고, 이웃들이 음식을 나르며 정을 나누던 날들. 그러나 이제 그런 날은 더 이상 없다. 2024년, 이 마을에서 예정된 생일 잔치는 단 하나다. 주인공은 이춘자 할머니. 올해 아흔을 맞는다. 전남의 산촌, 주민등록상 거주 인구는 31명. 그중 70세 미만은 단 세 사람뿐이다. 아이 울음은 끊긴 지 14년, 초등학교는 10년 전 폐교됐고, 새로 유입된 가정은 지난 5년간 ‘0’이다. "올해 생일 잔치 예정된 사람은 이춘자 어르신뿐입니다." 이장님의 말은 통계처럼 들렸다. 그러면서도 씁쓸했다. 예전 같으면 마을 한 해 일.. 2025. 5. 23. 출산 없는 마을의 유일한 택배 기사 이야기 출산 없는 마을의 유일한 택배 기사 이야기– 고요한 골짜기를 오가는 그 남자의 하루1. “그 마을은 이제 내가 이름을 다 외워요.” 전북의 한 외딴 마을. 1주일에 한 번, 월요일 아침이면 택배차가 마을 입구에 들어선다. 도로는 포장이 벗겨져 군데군데 흙먼지가 날리고, 마을 어귀에는 “인구 43명”이라는 팻말이 낡은 철제 기둥에 걸려 있다. 이 마을의 유일한 택배 기사는 올해로 17년째 이 지역을 돌고 있는 박종길(가명) 씨다. 대형 택배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이 마을 한 곳만큼은 ‘개인 구역’처럼 다룬다. 그는 말한다. “여긴 이제 배송지가 아니라, 얼굴을 보러 오는 곳이죠.” 이 마을엔 어린아이가 없다. 출산율은 0명, 최근 9년간 출생신고가 없었다. 초등학교는 폐교된 지 8년이 지났고, 아이 울음은.. 2025. 5. 23. 이전 1 2 3 다음